제목 [중앙일보 강남통신] 식객의 맛집 작성일 17-01-11 16:21
글쓴이 떼레노 조회수 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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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의 맛집]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파에야…스페인서 반한 바로 그 맛

 
[중앙일보] 입력 2017.01.11 00:01 수정 2017.01.11 01:25

| 약사 정재훈의 ‘떼레노’

7~8가지 음식 모음 ‘테이스팅 메뉴’ 즐겨
허브·레드프릴 텃밭서 직접 재배해 신선
얇게 튀긴 국수 얹은 염장 대구요리 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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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음식에 ‘꽂힐 때’가 있다. 3년 전 스페인에 처음 갔을 때가 그랬다. 열흘 동안의 여정은 파에야(마른쌀·고기·생선·해산물·채소 등을 넣고 찐 밥)로 시작해서 파에야로 끝났다. 파에야는 전 세계에 가장 널리 알려진 스페인 요리 가운데 하나다. 쌀을 주재료로 하는 음식이라 스페인 요리를 처음 맛보는 사람도 별다른 거부감 없이 쉽게 즐길 수 있다. 시작은 스페인 남부 발렌시아 지방이지만 지역별로 다양한 재료와 조리법이 존재한다. 매일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파에야를 먹으며 레드와인을 곁들이는 일은 여행 내내 큰 즐거움이었다. 그중에서도 바르셀로나에서 맛본 랍스터 파에야를 잊을 수 없다.

파에야에 대한 애정은 서울로 돌아와서도 식지 않았다. 주말이면 스페인 레스토랑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선택의 폭은 넓지 않았다. TV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스페인 편’이 방송되기 전이었고, 이탈리아·프렌치 레스토랑에 비해 스페인 레스토랑의 수는 훨씬 적었다. 요리 맛에 만족스러웠을 때보다는 실망할 때가 많았다. 그러다 1년 만에 마음에 꼭 드는 레스토랑을 찾은 게 서울 북촌에 있는 ‘떼레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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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에야를 찾다가 알게 된 곳이지만, 요즘 내가 떼레노에서 가장 정성을 기울여 맛보는 음식은 블랙 트러플(프랑스 산 송로버섯)과 얇게 튀긴 국수를 얹은 염장 대구요리다. 어부 출신 저널리스트로 유명한 마크 쿨란스키는 자신의 명저 『대구』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에스파냐 요리로 파에야와 바칼라오를 꼽는다. ‘바칼라오’는 소금에 절인 대구를 말한다. 스페인어에는 아예 신선한 대구에 해당하는 단어가 없다. 염장대구에 해당하는 바칼라오만 있을 뿐. 스페인 음식문화에서 염장대구가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알 수 있다. 지방은 거의 없고, 거의 대부분이 물과 단백질로만 되어있는 대구는 예부터 염장해서 먹기 좋은 생선이었다. 소금에 절인 대구를 다시 물에 담가 원래대로 복원한 염장대구의 투명하고 하얀 살이 접시 위에서 아름답게 반짝거린다.

본래 음식이란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법. 몰랐을 때는 짭짤한 맛에 일말의 불만을 느꼈지만, 쿨란스키의 책에서 대구를 둘러싼 흥미진진한 역사 속 이야기를 읽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다. 염장대구의 소금기를 어디정도까지 빼느냐 하는 것은 기호 문제긴 하지만, 너무 오래 물에 담가서 싱겁게 되면 염장대구 특유의 맛을 잃어버린다. 오븐에 구운 스페인산 염장대구는 과잉 익힘 없이 혀끝을 간질이며 층층이 부서진다. 짠맛이 혀를 감돌 때, 양파크림소스를 더하고 와인 한 모금으로 목을 적시면 그야말로 스페인 현지에 와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카탈루냐의 바르셀로나에서 맛본 파에야를 찾다 서울의 떼레노를 발견했고, 그곳에 자주 들르다보니 이제 산세바스티안이 궁금해졌다. 언제 봐도 진지한 표정의 신승환 셰프가 스페인 요리를 배운 곳, 산세바스티안은 미식가들의 성지로 불릴 정도로 멋진 음식점들이 많은 도시라고 한다. 새로운 땅에서 그 땅의 음식으로, 그 음식에서 다시 새로운 땅으로 여정이 이어질 것을 북촌의 끝자락에 자리한 조용한 레스토랑 한 구석에서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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